잘 재단된 셔츠, 캐시미어 스웨터, 가죽 로퍼…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파리 7구 그르넬 거리 37번지에 자리한 Rubirosa's에서는 이런 클래식 아이템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실루엣은 단정하고 소재는 세심하게 골랐지만, 색상은 늘 보던 검정·흰색·네이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파자마도 우아함을 이야기한다.
이미 주얼리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Lauren Rubinski가 2025년 문을 연 이 부티크는 의류와 깊이 맞닿은 가족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버지 Bruno Rubinski는 셔츠 제작자였고, 할아버지는 직물 무역업에 종사하며 특히 바티칸에 포플린을 납품했다. 디자이너는 고급 원단과 완벽한 재단, 매 시즌 새로 사기보다 오래 간직하는 옷에 대한 취향을 물려받았다.
셀렉션은 유니섹스 의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코튼 포플린 셔츠와 파이핑이나 패치 포켓을 더한 셔츠, 파자마, 캐시미어 스웨터, 외출용 슬리퍼, 부드러운 가죽 모카신 등이 마련돼 있다. 색상은 차분한 톤부터 존재감 있는 색상까지 폭넓게 갖췄다. 놓치기 쉬운 작은 디테일도 눈에 띈다. 일부 셔츠의 소매 끝에는 ‘R’ 자수가 놓여 있으며, 매장에서는 토요일마다 맞춤 자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테리어 역시 결코 배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Louis Charles Aka가 구상한 이 공간은 붉은 카펫, 어두운 목재 패널, 베네치안 블라인드, 벨벳 벤치, 그리고 옷을 귀중한 책처럼 진열한 래커 마감 선반이 어우러져 있다. 역사적 인물들의 초상화 몇 점이 이 복고풍 살롱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오래된 고급 잡화점과 Wes Anderson 영화 세트장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듯하다.
이름 자체부터 개성이 넘친다. 우아한 멋과 화려한 사교 생활로 유명했던 도미니카공화국의 외교관이자 멋쟁이, 포르피리오 루비로사를 가리키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스타일만큼이나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브랜드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루비로사는 거의 옛날 방식으로 쇼핑하는 경험을 내세운다. 매장에 들어가 소재를 만져 보고, 핏을 입어 본 뒤, 마음에 드는 색조를 고르는 것이다. 좋은 기본 아이템을 좋아하면서도 옷장이 유니폼처럼 단조로워지는 건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